어느덧 금년도 다지나가고
달력엔 마지막 장만 남았다.
아침부터 숙희씨는 모임 언니들을 만나
상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고 분주하였다.
숙희씨가 떠나고 난 집은 고요 속으로 빠져들고
난 거실에 누워 낮잠을 청해본다.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후질근하게 흐른
땀범벅을 보니 잠시 졸았나보다 ~ ~
해 떨어지는 집안으로 한기가 몰려오는 듯하다.
저녁을 해결하려고 서랍장을 열어보니
유통기간이 가까워지는 지난 여름에 먹다 남았던
메밀면이 눈에 들어왔다. 저녁으로 안성맞춤인 듯
식사 후 하루 소식을 접해도 뭔가 허전하다
TV를 끄고 누워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아
늦은 밤까지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보니
10시가 되어가는 듯해서 일어나 식탁에 앉아본다.
반겨주는 이 없는 식탁에서 일어나
샌드위치 재료를 주섬주섬 챙기고 라떼를 만들어
식탁에 앉아 샌드위치 한입을 비어 물었다.
갑자기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 잊혀지지 않아요”하는
노랫말이 나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유튜브를 열어서
산울림의 노래를 들어본다.
속삭이듯 들려오는 ‘회상’을 지나고
‘창문넘어 어렴픗이 옛생각이 나겠지요’를 들으니
어느덧 나도 마지막 장이 뜯어지면
‘경로카드’가 발급되는 나이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아!
나도 많은 세월을 보냈고
이제는 나도 추억을 먹고 있구나 ~ ~